범죄행동의 심리학적 원리

제2부 범죄행동의 심리학적 원리
제3장 공격성
01. 공격성의 정의와 유형
 인간의 역사는 공격성에 관하여 충분한 증거들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Baron(1983)과 Montagu(1976)에 따르면, 기록에 남아있는 5,600여년의 인간 역사는 14,600여건의 전쟁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는 연당 2.6건을 넘는 비율이라고 한다. 어떤 연구자들은 이러한 공격성이 인간의 생존에 도움이 되어 왔다고 주장한다. 사나운 육식 공룡의 공격을 받았던 원시시대부터 끊임없는 경쟁이 이뤄지는 현대 산업사회에 이르기까지의 오랜 경험을 통하여, 인간은 공격적인 행동이 그들에게 부를 획득하는데, 그리고 획득한 재산과 가족을 보호하는데, 또한 명성과 지위 그리고 권력을 얻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배워 왔다. 사실 우리는 아마도 인간이라는 종이 공격성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의아해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점과 더불어, 공격성은 그것이 폭력적 범죄(violent crime)의 기본요소라는 점에서 또한 중요하다. 폭력범죄의 경우에는 타인에 대한 신체적 정신적 위해를 가져오기 때문에 재산범죄로 인한 것보다 더욱 치명적인 피해를 양산한다. 이처럼 공격성과 연관된 폭력범죄의 중대함으로 인하여 인간의 공격성에 대한 연구가 절실해지고 있다. 따라서 심리학자들은 공격성에 관한 연구를 통하여 폭력과 범죄에 대응하는 사회의 노력에 잠재적으로 공헌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장에서는 우선 공격성에 대한 정의와 유형을 살펴보고자 한다.

1.1 공격성의 정의
 공격성을 정의하는 것은 예상 외로 쉽지 않다. 예를 들어, 누군가의 명치를 세게 치는 것은 확실히 공격성의 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저 장난으로 명치를 툭툭 치는 것은 어떠한가? 만일 누군가가 고의로 질문을 무시해 버린다면 그것은 공격성의 예라고 확실히 말할 수 있을까? 만일 누군가가 현관 입구에 앉아서 출입을 방해한다면 그것은 공격성인가?
 일반적으로 공격성은, 신체적으로 또는 사회적으로 어떤 방식으로든 다른 개인을 해치려는, 그리고 사물을 파괴하려는 의향과 시도로 정의된다. 이 정의는 많은 상황에 적당한 듯 보이지만, 이 정의를 따른다면 위에서 말한 대부분의 예들이 공격성의 범주에서 제외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심리학자들은 위에 제시된 예와 같은 행동들을 '수동적인 공격행동(passive-aggressive behavior)'이라고 따로 정의한다. 비록 그 행동이 수동적이고 간접적이더라도 그들이 일반적으로 공격적인 의향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Bandura(1973)는 기존의 공격성의 정의를 비판하며 새로운 접근을 시도했는데, 공격성의 적절한 정의는 가해자의 행동과 피해자의 판단 양쪽 모두를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그래서 배를 쿡쿡 찌르는 경우, 만일 그것이 조소하는 것으로 행해진다면, 그리고 그 행동을 당하는 사람이 그렇게 해석을 한다면 공격성으로 정의될 것이다.
 이와 같은 논의를 거쳐 우리는 공격성에 대하여 '타인을 신체적으로 혹은 심리적으로 해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또는 물건을 파괴하기 위하여 실행하거나 시도하는, 사회에 반하는 행동'으로 일단 정의한다.

1.2 공격성의 유형
 공격성은 감정의 촉발 유무와 공격성의 발현 형태, 사회규범에 의한 허용 여부에 의해서 다음과 같은 유형 분류가 가능하다.

1.2.1 적대적(hostile) 공격성과 도구적(instrumental) 공격성
 Feshbach(1964)는 최초로 공격성을 적대적(hostile) 또는 표현적(expressive)공격성과 도구적(instrumental) 공격성의 두 유형으로 구별하였다. 이 두 개념은 그들의 목표 또는 그들이 가해자에게 제공하는 보상에 의하여 구별된다. 먼저 적대적 공격성은 모욕, 신체적 공격 또는 개인적 실패와 같이 분노 또는 화(anger)를 유발하는 상태에 대한 반응으로 발생한다. 여기에서 공격자의 목표는 희생자를 만드는 것이다. 직접적으로 피해자에게 해를 입히는 대부분의 살인, 강간, 그리고 다른 폭력범죄들은 적대감에 의해 촉진된다. 그 행동은 부분적으로 공격이나 좌절을 유발하는 특정 자극에 대한 '분노'와 함께, 격렬하고 파괴적인 감정과 관련된 특징을 갖는다. 
 도구적 공격성은 경쟁이나 타인이 소유한 어떤 물건, 가령 보석, 돈, 땅 혹은 지위에 대한 욕망과 함께 시작된다. 가해자는 원하는 물건을 정당한 대가 없이 얻기를 시도하며, 이것은 대개 강도, 절도, 그리고 화이트칼라 범죄의 요소가 된다. 강도범의 명백한 목표는 현금 가치를 갖는 사물을 획득하는 것이다. 이 부분에 있어서 대다수의 강도범에게는 누군가를 해치고자 하는 의도가 없다. 그러나 만일 누군가가 강도범의 목표를 방해한다면, 그는 아마도 그 사람을 해쳐야 하는 필요성이나 본인이 원했던 목표가 상실될 수도 있다는 위협을 느낄 것이다.

1.2.2 직접적인(overt) 공격행동과 간접적인(convert) 공격행동
 Loeber와 Loeber(1987)는 공격행동을 직접적인 공격행동과 간접적인 공격행동으로 분류하였다. 직접적인 공격행동은 희생양과 직접 대면하는 경우가 많다. 많은 사례에서 직접적인 공격행동은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감소한다. 그러나 심각한 형태의 공격행동을 나타내는 아동의 경우,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더욱 심해지는 경향이 있고, 어른이 되면 공격행동과 범죄속성을 띄는 행동까지도 저지르게 된다. 반면에 간접적인 공격행동은 직접적 대면 없이 은폐나 정직하지 못하고 비열한 행동으로 나타난다. 이것은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동시에 증가하는 경향이 있고, 직접적인 공격행동이 감정적으로 분노에서 발현되는 것에 반하여, 간접적인 공격행동은 분노 이외의 감정들로부터 비롯된다. 간접적인 공격행동에 대한 범죄의 예로는 사기, 절도, 횡령 등이 있다.
 Buss(1971)는 공격자의 명백한 동기에 기반을 두고 공격행동을 분류하고자 시도하였다. 그는 아래에 제시된 분류표를 통하여 공격성의 서로 중복되는 범주들과 예외적인 요소들을 구분하였다. 간접적인 공격과 직접적인 공격은 인지적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양쪽 모두 폭력 적인 경향이 있는 인지를 가지고 있지만, 간접적인 공격의 경우 현저히 드러나는 적대적인 속성을 보이지 않는다. 그 대신에 계획적으로 행동하며 가끔 재산을 노리는 경우가 있고, 발각되면 도망가려는 계획을 세우는 등의 인지적 노력을 기울인다. 따라서 이들은 처벌을 피하기 위하여 잘 학습된 전략을 발달시킨다. 이들의 범죄유형에는 회사 재산을 훔치거나 정보를 악용하는 것, 소프트웨어 도용과 같은 직업적인 범죄가 있고, 이러한 범죄유형은 치밀하게 계획되고 여러가지 상황을 예측해 봄으로써 일어난다. 반면에 직접적인 공격은 공격적이지 않은 해결책을 생각해내는 사회적 인지 자체가 결여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우발적이거나 공격자 자신이 예상치 못한 치명적인 결과를 빚어내기도 한다.
 직접적인 공격행동은 비교적 일찍 시작되는데 특히 청소년기에 발달한다. 이 시기에 부모들에 의한 정직한 사회화 과정을 습득하지 못하거나 부모님이 다른 이들의 재산을 탐하는 것을 보게 되면, 아이들은 이것을 학습하게 된다. 또한 어릴 때 습득된 간접적인 공격행동은 어른들에게 발각되거나 처벌 당하는 기회를 최소화 하도록 하는 전략을 잘 발달시킬 수도 있다. 이에 관해서는 차후 공격성의 발달 부분에서 상세하게 설명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