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학습이론
1970년대에 범죄학에서 범죄의 발생을 사회학습과정으로 설명하고자 시도하기 훨씬 이전부터 학습은 심리학의 주요한 주제였다. 유럽에서는 Wundt(1932~1920)가 1987년 실험실을 창시하고, 미국에서는 James(1842~1940)가 하버드에서 심리학을 연구할 즈음부터 심리학은 실험연구 전통을 지니고 인간의 행동양식을 연구하였다. 특히 학습과정에 대한 연구는 미국 행동주의의 창의와 더불어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Pavlov(1849~1936)의 고전적 조건화에 개념적 뿌리를 둔 학습과정에 대한 연구는 Watson(1979~1958)에 의하여 보다 세분화되었다. 강화를 받은 행위는 학습되고 강화가 없거나 처벌받는 행위는 소거된다는 것을 학습에 관한 수많은 실험을 통하여 입증해 왔다. 이와 같은 학습의 원리는 범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예컨대, 비행이나 범죄를 통하여 이득을 얻었다면 그 행위는 강화될 것이나, 처벌을 받는 경우 그 행위는 사라질 것이다. 우리사회에서 법적 처벌이란 비행이나 범죄가 학습되지 않도록 하는 모종의 처벌로 범죄행동에 대한 억제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직접적으로 강화나 처벌을 받는 방법 이외에도 인간은 타인을 관찰함으로써 다양한 학습을 한다. Miller와 Dollard(1941)는 대리 학습이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기존의 관찰학습 혹은 모델링효과를 지칭하였다. 이후 보다 진보된 형태의 학습이론이 Bandura(1973, 1983)에 의해 제안되었는데, 이것이 바로 사회학습이론이다. 그는 어린 아이가 인형을 가지고 노는 어른의 모습을 시청한 후 인형을 가지고 놀게 되었을 때 어른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줌으로써 학습이 오랜 조건화 과정에 의해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단 한 번의 관찰로도 획득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범죄나 폭력행위가 학습으로 설명될 수 있다는 관점은 많은 심리학자들 사이에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즉, 관찰을 하는 것이 곧 폭력행위만이 아니기 때문에 '한 두 번의 폭력물 시청으로 모든 사람들이 다 폭력행위를 할 수 있겠는가'라는 의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순한 관찰로 폭력행동을 획득한다는 가정은 여러 경우에 위배되는 결과를 산출하였고, 단순한 학습과정보다는 보다 상세한 과정을 통하여 범죄행위의 획득에 관하여 설명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Howitt, 2002).
3.5 사회인지이론
행동주의 이후 심리학에 있어 주류를 이룬 사조는 인지적 관점이다. 인지주의 심리학에서 인지는 일종의 사고과정으로 행동의 근원이 되고, 인간은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인지적 정보처리를 하는 존재로 파악한다. 따라서 행동의 원리를 이해하려면 내재된 인지과정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특히 사회인지이론은 개인의 내적 인지과정보다 개인 간 인지과정을 중시한다. 범죄와 관련하여 자기통제력의 부재, 즉 충동성은 범죄행동의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 Ross와 Fabiano(1985)에 의하면, 범죄는 충동성과 행동 사이에 상황에 대한 인지적 분석이라는 단계가 부재할 경우 발생하는 것이라 설명하면서 상황에 대한 인지적 분석과 정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
사건에 대한 통제소재(Rotter, 1966) 역시 중요한데, 범죄자들의 경우 자신의 행동이 자신의 통제권 하에 있는 행위, 즉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하는 행위이기보다는 외부에 통제력이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행위라고 생각한다(Holin & Wheeler, 1981).
사회적 인지과정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는 공감과 조망수용, 혹은 역할수용이다. 이러한 요소들은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두 가지 단계가 필요하다. 우선 타인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과 타인의 감정을 공감할 수 있는 감정적 능력이다. 범죄자들의 경우 이와 같은 공감능력에 심각한 하자를 보이며, 특히 이와 같은 경향은 성범죄자들에게 두드러진다. 이 부분에 관해서는 이후 '성범죄'장에서 구체적으로 다루도록 할 것이다.
도덕성 추론(moral reasoning)이란 옿고 그른 것을 구별하며 타인의 권리 및 감정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것을 말한다. Kohlberg(1976)는 도덕성 추론능력이 6단계를 거쳐 발달한다고 하였는데, 각각 두 단계식 묶어 전인습적 도덕성, 인습적 도덕성, 후인습적 도덕성이라 정리하였다. 비행과 관련하여 전인습적 단계에서 인습적 단계로 발달해가는 과정 상의 지연현상을 주목하였다. 비행청소년들은 전인습적 단계의 도덕성 발달수준에 머물러 있는 반면에 비행을 저지르지 않는 청소년들은 인습적 단계의 도덕성 발달수준으로 성장하였다. 이 주제에 관하여 '청소년 비행' 장에서 보다 상세히 다루도록 하겠다.
범죄를 설명하는 또 하나의 사회심리이론으로 사회정보처리 모형(social information-processing model)이 있다. 사회정보처리 모형에서는 범죄자들이 사회적인 자극에 대한 정보처리의 양상에 있어서 일반인들과 다르다는 것을 강조한다. 일반적으로 사회정보처리 과정은 여섯 단계로 이루어진다. 사회적 단서의 인식, 사회적 단서의 해석, 목표의 설정, 적절한 반응 선택, 반응양식 결정, 행동 등이다. Crick과 Dodge(1994, 1996)에 의하면, 공격적인 사람은 비폭력적인 사람들보다 사회적 단서를 덜 포착하거나, 단서를 지나치게 폭력적인 것으로 해석하며, 갈등관계에서 적절한 반응양식을 잘 찾을 수 없고, 자신의 폭력반응이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것이라고 잘못 판단한다고 한다. 그로 인해 대인간 갈등을 더욱 공격적인 반응양식으로 해결하고자 시도한다. 범죄자들을 대상으로 한 많은 치료연구들은 치료방안 중 이처럼 인지과정에 초점을 맞춘 방법들의 효과성이 가장 좋다는 사실을 보고하고 있다(Gendreau & Andrews,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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