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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심리학

심리학과 법

by watermelon-chat 2025. 8. 17.

03.심리학과 법
 인간 행동의 통제를 목적으로 가진다는 점에서 심리학과 법은 밀접한 연관성이 있으나 이러한 근본적인 공통성 이외의 다른 모든 구체적인 내용과 형식에서 심리학과 법은 매우 다른 속성을 가진 지식체계로 이루어져 있다.

3.1 심리학과 법의 관계
 법은 개인이 자신의 행위와 그에 뒤따르는 거의 모든 결과에 대하여 전적인 책임을 진다는 가정에 기초한 규범체계로 이루어져 있다(Morse, 1978). 반면에 심리학은 인간 행동이 그에 선행하는 경험과 상황에 의해 좌우된다는 가정에서 시작되고 인간 행동에 대하여 상당히 결정론적 시각을 지닌다. 결정론적 입장에서 보자면 인간 행동의 많은 부분은 자유의지에 의해서가 아니라 일관된 법칙과 원리에 의해 일어난다고 볼 수 있다(참조, 박광배, 2002).
 심리학과 법은 모두 애매모호하고 매우 복잡한 현상을 다루므로 그러한 현상들에 대한 판단과 결론은 불확실하며 어떠한 것이 불변의 판단이라고 보장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불확실성에 대한 대응 방식에서 심리학과 법은 큰 차이를 보인다. 실증학문인 심리학은 검증 가능한 절차에 의해서 자료를 수집하고 그것에 기초하여 결론을 도출하는 데 반해, 규범체계로 이루어진 법은 규범과 원칙에 기초하여 판단한다.
 또한 심리학적 분석 수준은 집단이고, 법적 분석 수준은 개인으로, 심리학과 법은 분석의 수준에서 큰 차이가 있다. 다시 말해, 심리학은 일반적인 인간의 사고, 행동, 강정을 분석하는 반면, 법은 특정한 개인을 분석의 대상으로 한다(박광배, 2002).
 바로 이러한 분석수준의 차이 때문에 심리학이 법에 이용될 때는 어려움을 겪게 된다. 예컨대 남편에게 학대받던 아내가 우발적으로 남편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하였다면, 법관은 특정한 피고 A가 왜 남편을 살해하였을까를 궁금하게 여기겠으나, 심리학자는 남편의 극심한 폭력에 노출되어 있는 피학대 여성의 경우 남편을 살해하고자 하는 동기가 일반적으로 얼마나 생길 것인지를 궁금히 여길 것이다. 따라서 심리학자가 법정에서 전문가로서 진술할 때는 불특정 다수의 일반적인 심리상태를 언급하는 반면, 법정이 그 전문가에게 요구하는 것은 특정한 개인에 대한 판단이기 때문에, 사법 판단에는 사실상의 괴리가 조재할 수 있다.

3.2 법체제에 따른 범죄심리 연구 영역
 규범(이론)을 가지고 사실에 대해 판단해야 하는 법과 실제 인간의 행동을 기준으로 이론을 검증하고자 하는 심리학은 오랫동안 독자적으로 발전해 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되는 것은 인간의 행동에 대한 근본적인 호기심이었기에 서로의 관계는 결코 무관할 수 없었다. 그러던 중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하게 되면서 독일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대륙법과 영국을 중심으로 한 보통법(common law)은 서로 다른 갈 길을 걷게 된다.
 대륙법의 경우에는 훈련된 법률전문가에 의하여 거의 모든 재판절차가 진행되기 때문에, 수사 과정이나 판결 과정에 실증과학이 이바지할 부분이 상대적으로 적다. 이와 달리 보통법(또는 영미법)은 재판이 일종의 원고와 피고 측에서 벌이는 경기 같은 것이어서 증거들의 증거능력이나 수사절차 등이 법정에서 문제가 되고, 배심제를 통하여 보통 사람들이 재판에 참여하게 됨으로써 법조인이 아닌 일반 시민들을 설득할 필요가 부각되었기에 수사, 재판, 교정, 전반에 걸쳐 인간의 행위에 대한 기본지식, 즉 심리학적 지식이 요구되었다(박광배, 2002).

 미국의 연방대법원 대법관이었던 Holmes(1881)는 그의 저서 "The Common Law"에서 법은 고착된 논리가 아니라 경험이라고 하였다(참조, 한국법철학회, 2002). 이는 인간의 행동이 바뀌면 법도 그에 따라 변화해야 한다는 뜻이기 때문에 바로 이 점 때문에 보통법을 따르는 국가들에서 주로 심리학과 법의 활발한 교류가 시작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따라서 현재 심리학이 형사사법 절차에서 활용되고 있는 영역들도 국가의 법체제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나며, 성문법 위주의 대륙법 국가에서는 판결 과정보다는 판결 후 교정 단계에서 심리학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활용되지만, 판례 중심의 보통법을 적용하는 국가에서는 수사 및 판결 단계에서 심리학이 매우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다.


04.사법절차와 심리학
 범죄심리학을 Bartol과 Bartol(2004)의 정의대로 '범죄인'의 심리적인 측면을 다루는 학문 분야로 한정하든, Howitt(2002)이 설명한 대로 범죄 & 법정심리학을 포괄하여 법정심리학이라 정의하든, 심리학적 지식이나 방법론을 사법 시스템에 적용하는 보다 응용된 심리학의 영역까지를 이 영역에 포함시키든, 언제나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연구 주제는 범죄 동기의 심리적 측면, 범죄 수사 기법, 범죄자 위험성 평가와 재범 예측 등이다. 이들 주제와 관련하여 심리학은 현장에 매우 전문적인 정보를 제공하여 왔고 오늘날 그 필요성은 불가결한 것이 되었다. 이 절에서는 보다 범위를 넓혀 사법 단계마다 어떤 심리학적 연구 주제가 중요시되고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4.1 판결 단계 이전 심리학의 활용

4.1.1 목격자 진술
 어떤 범죄이든 수사 과정에서 목격자가 단 한 명이라도 존재한다면 그 범죄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과연 목격자의 진술을 100% 신뢰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은 여전히 문제가 될 수 있다. 목격자 진술과 관련된 연구들을 종합해 볼 때, 목격자 진술의 정확성은 대체로 50% 정도라고 한다. 인간의 기억에 관한 심리학 연구들은 진술의 정확성을 저해하는 요인들을 알아내는 데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으며 보다 정확성을 기할 수 있는 방법들을 모색하기도 한다.

4.1.2 인터뷰 기술 
 경찰이 목격자나 용의자에게서, 또는 변호사나 검사가 증인에게서, 보다 정확한 정보를 더 많이 이끌어낼 수 있는 면담기법을 개발하는데 심리학이 활용될 수 있다. 면담자가 내담자(목격자나 증인)의 기억을 활성화해 주는 일종의 보조자로서의 역할을 강조하는 인지 면담(cognitive interview) 기법의 효과가 최근 주목받고 있기도 하다(Fisher & Geiselman, 1992).

4.1.3 신문과 자백
 용의자들이 허위 자백을 하거나 강압에 의한 자백을 많이 한다는 사실이 널리 인정되고 있다는 것은 미국에서 용의자에게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와 묵비권을 행사할 권리를 체포 전에 고지해야 한다고 1966년 선언된 미란다 원칙을 통해 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신문과 자백에 대한 심리학적 연구는 주로 자백이 거짓이었음에 밝혀진 사례들을 분석하여 허위 자백의 특징과 허위 자백을 하게 되는 상황의 특성을 파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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