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범죄심리학의 연구 주제 및 영역
앞 절에서 살펴보았듯이 범죄심리학의 실체를 이해하는 일은 법 관련 분야와 범죄에 관한 실증 연구들과 분리하여서는 불가능하다. 본 절에서는 범죄심리학의 정의에 대해 보다 명확히 이해하기 위해 오늘날의 범죄심리학적 연구 주제와 연구 영역을 살펴보고자 한다.
2.1 연구 주제
범죄심리학의 연구 주제는 과거에는 범죄의 원인에 대한 연구에 한정되었다. 대부분의 범죄를 사회현상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범죄학의 분파로서 범죄의 원인을 거시적인 사회에 돌리지 않고 개인적 요인 때문이라 여기는 일종의 개인 내적 범죄 원인론으로 취급되어 왔다. 따라서 범죄를 행한 개인들의 개인적 특수성을 탐구하는 다수의 연구가 소개되었고, 어떤 이는 외모에서, 어떤 이는 유전적 소양에서, 폭력적인 범죄의 원인을 찾고자 시도하였다. 일부 연구의 경우에는 실증적으로도 재검에 성공하기도 하였으나 그렇지 못한 가설들도 많았다.
범죄의 원인을 밝히고자 시도하였던 범죄심리학적 연구들은 한동안 실증적으로 입증이 되지 않는다는 문제점과, 범죄와 유관하다는 것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영향력이 매우 미미하다는 점이 지적되어 한동안 범죄 원인론 중 주목을 받지 못하는 이론들로 전락의 위기를 맞이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인간 행동의 원인을 밝히는 데 있어 최근 연구방법론의 눈부신 발전은 심리학적 범죄 원인론이 다시 빛을 발하게 하는 주요 계기가 되었고 그에 따라 최근 뇌의 기능적 원리와 연관시켜 인간 행동을 설명하려는 시도는 범죄연구의 주제를 다시 한번 인간 내적 기능의 저하와 손상으로 회귀시켰다.
범죄의 실증적 연구 중 심리학적 원인을 찾고자 하는 연구들은 1980년대 이르러 보다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주로 범죄 행동에 대한 심리적 원인, 범행동기 등을 밝히는 연구들이 주를 이루어지고 있다. 주로 범죄 행동에 대한 심리적 원인, 범행동기 등을 밝히는 연구들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범죄에 대한 심리학 이론의 적용이나 살인 강간 성범죄 아동학대 등 특정 문제행동에 대한 심리학적 분석도 범죄심리학(Criminal Psychology)의 주요 연구 주제가 되고 있다. 또한 미국에서는 범죄심리학적 연구 결과들이 재판에서 범행의 심리적 원인이나 범죄자의 심리 특성을 증거로 채택하는 절차, 목격자 증언의 정확성 정도, 범죄자의 정신감정 등 사법절차와 연관하여 활발하게 활용됨으로써 법정심리학(Forensic Psychology)이라는 매우 전문화된 영역을 형성하기에 이르렀으며 이 분야는 지난 20~30년 동안 미국에서 가장 각광받는 전문영역으로 발전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범죄심리학이라는 학문영역은 불모지에 가깝다. 하지만 독립된 학문영역으로 천명하지 않았을 뿐이지 국내에서도 살인 등의 강력범죄, 청소년 비행, 성범죄, 가정폭력, 아동학대 등과 관련하여서는 심리학적 연구들이 오래전부터 수행되어 왔으며 최근에는 형사사법 관련 분야에서 매우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다. '정신장애 증상이 있는 피고의 책임능력 감정', '피학대 여성들이 벌인 범죄의 형사책임 여부', '강력범죄 전과자들의 성격적 문제', '비행 청소년들의 발달심리적 특성', '상습성범죄자들의 재범 가능성' 등은 형사사법 분야에서 심리학적 연구들이 활발히 수행되고 있는 연구 주제의 사례들이다.
2.2연구영역
미국의 경우, 범죄심리학(Criminal Psychology)이 독자적 학문 분야로 형성되어 있지 않은 대신 법죄심리학적 연구 주제들이 다양한 분야로 나뉘어 연구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범죄학(Criminology), 법과학(Forensic Science), 행동과학(Behavior Science), 형사정책(Criminal Justice), 법심리학(Law and Psychology), 법정심리학(Forensic Psychology)과 같은 분야에서 심리학적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에 비해 영국의 경우에는 범죄심리학(Criminal Psychology)이라는 용어가 학술지 등에서 익숙하게 사용되어 왔으며 수사심리학(Investigative Psychology)등과 함께 매우 활발하게 연구물들을 산출하는 전문화된 연구 영역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북미지역의 법정 심리 분야에서의 활용 측면이 유입 강조되면서 법정 범죄심리학(Forensic & Criminal Psychology)이란 용어가 자주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범죄심리학의 학문영역과 법정심리학의 학문영역을 구태여 구분하는 일은 이제는 굳이 요구되지 않는다고 할 수 있겠다.
범죄 행동에 대한 심리학적 연구, 즉 범죄심리학이라는 영역은 따라서 특정 범죄인의 심리적기제를 연구하는 미시적인 연구영역 뿐만 아니라 형사사법 절차에 포함되는 경찰 법원 교정 단계에서 활용되는 광의의 심리학적 연구영역까지를 포함한다고 볼 수 있다. 즉, 범죄심리학은 범죄자의 범죄 원인에 대한 심리학적 연구를 수행할 뿐만 아니라 이를 형사사법 분야에 적용하여 유무죄를 판단하기 위한 근거자료를 확보하고 죄질의 경증을 판단하고 궁극적으로는 범죄를 예방하고자 광범위한 연구를 수행하는 영역이라 정의할 수 있다.
하지만 Bartol과 Bartol(2004)은 사법판단의 대상이 되는 인간 행동을 연구하는 것을 범죄심리학(Criminal Psychology)이라 보고, 형사 및 민사 분야를 포함한 사법 시스템 전반에 걸친 심리학의 전문적인 실무 적용을 법정심리학(Forensic Psychology)의 정의로 구분하였다. 따라서 현장에서는 여전히 범죄심리학과 법정심리학이라는 용어를 혼용하여 사용하고 있지만, 범죄심리학은 보다 범죄행위에 대한 이해 부분에 중점을 두는 연구영역으로, 법정심리학은 사법 단계마다 심리학이 활용되는 측면에 중점을 두는 연구영역으로 따로 정리하기로 하겠다. 따라서 이 책에서 역시 범죄심리학은 형사사법적 활용 측면보다는 범죄행위에 대한 이해와 보다 중점을 두는 학문영역이라 정의하고 좁은 의미에서의 범죄심리학의 연구영역 중심으로 설명 및 논의를 전개 해나가도록 하겠다.
'범죄심리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범죄학과 범죄심리학 (0) | 2025.08.19 |
---|---|
판결 단계에서의 심리학의 활용 (0) | 2025.08.17 |
심리학과 법 (0) | 2025.08.17 |
범죄심리학 역사 (0) | 2025.08.15 |
범죄심리학이란? (0) | 2025.08.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