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학과 범죄심리학

제2장 범죄학과 범죄심리학

 범죄 원인론은 사람들이 범죄 행동을 하는 원인에 관한 이론이다. 범죄가 발생하는 이유와 사람들이 범죄행위를 하는 요인 등을 설명하기 위한 범죄 원인론은 크게 두 가지 부류로 나뉜다. 첫 번째 부류는 18세기 유럽에서 영향력을 가졌던 고전학파(Classical School)의 범죄 원인론으로, 인간을 자유의지와 쾌락원칙에 의해 행동하는 존재로 파악하는 17세기의 철학적 인간관에서 시작되었다. 두 번째 부류는 유럽의 범죄학자들로부터 시작된 실증학파(Positivist School)이다. 이 학파에는 신체 조건과 범죄 사이의 관계를 규명하고자 하였던 초기 생물학적 관점을 가진 학자들과 환경적 영향을 강조한 학자들이 속하였다. 그러나 유럽에서 시작된 실증학파가 본격적인 이론을 제시하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미국으로부터 심리학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이후이다. 과학적 연구 방법과 실증적 자료를 강조하는 실증학파의 이론들은 생물학적 이론, 심리학적 이론, 사회학적 이론으로 분류하여 살펴볼 수 있다.
 고전학파와 실증학파는 범죄와 범죄인에 대하여 매우 상반된 견해들을 가지고 있다. 고전학파는 범죄 행동에 대한 자유의지론을 주장하는 반면에, 실증주의 이론은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특정한 원인에 의해서 범죄 행동이 좌우된다고 보는 결정론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고전학파와 실증학파의 이론적 배경에 대해서는 앞서 설명하였기 때문에 실증학파의 하위 이론들에 국한하여 언급하기로 하겠다. 
 범죄행위의 결정요인에 대하여 실증주의 이론들 중 사회학적 이론들은 기본적으로 범죄행위의 결정요인이 행위자의 외부에 존재한다고 보고, 생물학적 이론들은 그것이 주로 행위자의 내부에 존재한다고 보며, 심리학적 이론들은 외부적 결정요인과 내부적 결정요인의 상호작용에 비중을 두고 있다. 

01. 사회학적 범죄 원인론
 1920년대 미국 시카고학파의 사회생태학적 연구를 시작으로 범죄 행동의 원인 규명에 있어서 범죄자의 사회적 환경에 초점을 맞춘 이론이 사회학적 범죄 원인론이다. 사회학적 범죄 원인론은 크게 사회구조이론과 사회과정이론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1.1 사회구조와 범죄
 지역이나 계층과 같은 사회구조에 따라 범죄의 유형이 다양해지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규명하고자 하는 것이 사회구조이론이다. 사회경제적 하류 계층을 범죄의 일차적 원인으로 간주하는 사회구조이론에는 생태학적 관점, 긴장 이론, 하위문화이론 등이 있다.
 시카고학파는 급속하게 변화하는 도시지역이 사회의 불안정을 야기하고, 이것은 그 사회를 해체시켜, 결국 범죄를 양산해 낸다고 보는 생태학적 범죄학을 주장하였다. 생태학적 시각은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도심지역의 지리학적 특성이 전통적인 사회통제 양식을 붕괴시키는 원인이 된다고 본다. 이처럼 해체된 사회에서는 지배적인 가치와 규범이 하류 계층의 비합법적인 가치와 규범들과 대립하며 범죄가 증가한다. 그러나 해체된 도심지역의 범죄율이 높은 이유는 인구 구성이나 인종의 문제로 범죄성이 강한 사람들이 모여들기 때문인지, 혹은 지역의 구조적 해체로 범죄적 환경이나 문화가 형성되어 누구나 범죄자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게 되었기 때문인지에 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제시하지 못하였다.
 생태학적 범죄이론에서 파생된 사회 해체이론이 지역사회의 제도적 조건을 중심으로 범죄의 원인을 규명하고자 하였다면, 긴장 이론은 보다 큰 사회적 조건에 초점을 맞춘다. 긴장 이론에서는 비행이나 범죄를 개인이 합법적인 사회적 성공을 성취하는 것에 실패한 경험에 대하여 갖는 울분과 좌절의 결과로 보고 있다. Durkhiem(1933)에 따르면, 사회는 산업화와 도시화에 의하여 급격한 변화를 겪게 될 경우 사회적 상호작용을 지배할 수 있는 적절한 규범을 개발하지 못하게 된다고 한다. 또한 급격한 사회변화는 전통적인 규범들이 적용될 수 없도록 하고, 실현가능한 수준 이상으로 사회구성원들의 기대치를 끌어 올린다. 이러한 사회구조적 상황을 '아노미(Anomie)', 즉, '무규범'의 상태라고 일컫는다. 이와 같은 Durkheim의 주장을 기초로 아노미(Anomie)이론을 미국 사회의 조건에 부합되도록 설명한 사람이 Merton이다. Merton(1957)은 문화적으로 규정된 목표와 목표를 성취하기 위한 합법적 수단 사이의 불일치가 아노미 상태를 초래하고, 불일치로 인한 좌절(긴장)을 경험한 사람들은 일탈적인 수단인 범죄에 의존하게 된다고 설명하였다.
 아노미이론을 토대로 하는 하위문화이론은 대부분의 비행이 집단 내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즉, 비행청소년들은 행동을 같이 하거나 혼자 행동할지라도 최소한 집단의 영향을 받게 된다는 가정이다. 또 다른 가정은 비행이 주로 하층 남성들에 의한 현상이라는 것이다. 하위문화이론은 하층의 청소년이 교육, 영향력 있는 인간관계 등 사회적 성공을 위한 승인된 수단으로부터 소외되기 쉽고, 이것을 상쇄하기 위하여 그들이 성공적이고 중요하다고 느끼는 자신들만의 하위문화를 개발하게 된다고 본다.
 사회구조이론은 범죄원인 뿐 아니라 범죄예방 분야에 있어서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도시 재개발이 문제지역의 범죄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 좋은 예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범죄를 유발하거나 조장하는 것이 하류층의 존재와 그들의 문화 그 자체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생물학적 혹은 심리학적 요인도 범죄 행동을 발생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또한 하위문화가 범죄를 조장하는 요인이라 하더라도 비행의 하위문화나 하류 계층의 하위문화가 실제로 존재하는지의 여부 역시 의문스러운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