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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심리학

초기의 범죄생물학

by watermelon-chat 2025. 8. 20.

2.1 초기의 범죄생물학
 소질론적 범죄원인을 제기하고 자연과학적이고 실증주의적으로 범죄원인을 연구한 개척자로서 생물학적 입장의 대표자라 할 수 있는 Lombroso(1968)는 법률위반자가 관습적인 가치를 지닌 사람들과 신체적으로 어떻게 다른가를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위하여 사형이 집행된 범죄자들의 시체를 연구하였다. 그 결과 그는 상습적인 절도나 폭력 범죄자들은 애초부터 범죄자로 태어났으며, 이는 격세유전의 결과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Lombroso의 연구는 오늘날 과학적 사실이라기보다 일종의 역사적 호기심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왜냐하면 그의 연구가 통제집단을 활용하지 않았다는 방법론상의 결함을 가지고 있으며, 그가 유전되는 것으로 믿었던 많은 인자들, 예컨대 '범죄자는 털이 많다'라는 것 등은 실제로는 유전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며 사회로부터 격리되어 생활하였던 범죄자들의 환경에 의해서도 야기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ombroso의 연구가 높이 평가받는 이유는 범죄를 설명함에 있어서 범죄자의 특성을 실증적으로 관찰하고 연구하고자 시도하였다는 점 때문이다.

2.2 체형과 범죄
 범죄생물학의 또 다른 입장에서는 범죄자가 독특한 체형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체형학파가 있다. Sheldon(1949)은 세 가지의 신체형을 구분하였는데, 첫째는 비만형(endomorph)으로 유쾌한 성격과 사회성을 지닌 경우가 많고, 둘째는 근육형(mesomorph)으로 대담하고 주장이 강한 성격을 가지며, 셋째는 두뇌형(ectomorph)으로 내성적이고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들이 많다고 한다. 한 연구에서는 200명의 범죄자들과 200명의 비범죄자들을 비교한 결과, 근육형이 범죄성향과 관련이 있다는 결론을 도출하였고, 따라서 [그림2-1]에서와 같은 인간의 체형과 기질의 관련성을 이론화하였다.
 Sheldon 이후에 이루어진 범죄와 체형에 관한 연구들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비판을 받고 있다. 우선 체형에 관한 정의의 정확성이 부족하다는 것과 범죄행동과 체형의 관계가 분명하지 못하기 때문에 왜 모든 근육형의 사람들이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지를 설명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측정기술의 발달로 인하여 체형과 범죄에 관한 이론은 그 영향력이 약화되었다.

2.3 유전과 범죄
 초기 학자들은 범죄자와 비범죄자 사이에 차이점이 있으며, 이러한 차이점은 유전되는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인간행동에 대한 유전적 설명은 아이들이 그들의 부모를 닮는다는 사실에서 시작한다. 이러한 유전과 범죄의 관계를 규명하기 위한 노력은 오랫동안 진행되어 왔고, 대표적인 연구들로는 범죄자의 가계 연구(genealogy)와 쌍생아 연구, 그리고 입양아 연구 등이 있다.
 범죄자의 가계 연구는 19세기 말 뉴욕의 Jukes가에 대한 Dugdale(1888)의 연구를 우선할 수 있다. 이 연구에 의하면, Jukes가 사람들 중에는 수많은 범죄자와 창녀가 있었고, 이를 유전에 의한 것으로 결론내렸다. 그러나 초기의 범죄자 가계에 대한 연구결과가 가지는 논리의 취약성은 범죄적 기질의 전이가 유전에 의해서만이 아니라 학습이나 사회적 상호작용에 의해서도 설명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 연구에서 지적되어야 할 것은 환경적 요인에 대한 완벽한 통제가 부족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문제점으로 인해 유전과 범죄의 관계를 연구하기 위한 방법으로 쌍생아와 입양아에 대한 연구가 시도되었다(Rosental, 1984).
 20세기 초에 시작된 쌍생아 연구는 범죄행동에 대한 환경과 유전의 개발적인 영향을 보다 명확하게 밝히려고 하였다. 쌍생아 연구는 일란성 쌍생아와 이란성 쌍생아, 그리고 일반 형제자매 사이에 행위일치율(concordance rate)을 비교함으로써 행위에 대한 유전적 영향을 정확하게 밝힐 수 있다는 가정에서 시작되었다(Shoemaker, 1990). 즉, 범죄행동에 있어 유전이 환경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친다면, 범죄행동의 유사성은 일란성 쌍생아가 가장 높고, 일반 형제자매가 가장 낮아야 한다는 논리이다. 그러나 이들 연구에 있어 대체로 일란성 쌍생아와 이란성 쌍생아의 분류가 불확실하다는 문제가 지적되고 있으며(Rowe, 1983). 그 외에도 너무 적은 수의 표본으로 인한 낮은 통계적 타당성과 환경의 영향이 적절히 통제되지 못하였다는 사실 등이 연구결과에 대한 의문점으로 제기되고 있다.
 입양아 연구는 유전이 범죄행동에 영향을 미치는가를 알아보기 위한 또 다른 방법으로 입양된 어린이의 행동에 초점을 맞춘다. 입양아의 행동이 양부모보다 생부모의 행동과 더 유사하다면, 범죄행동에 유전이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입양아 연구의 기본적인 한계는 입양기관이 양부모와 생부모의 가정을 서로 조화시키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계적인 방법으로 해결할 수도 있지만 환경과 유전의 영향을 분리하기가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이다.

2.4 현대의 생물학적 범죄원인론
 20세기 초 Lombroso 등의 초기 생물학적 범죄원인론 방법론상의 결함과 그로 인한 타당성부족 등으로 인해 크게 주목받지 못하였다. 그 대신 범죄와 사회환경 요인 및 심리적 요인의 관련성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었다. 그러던 중 Wilson(1975)이 "Sociobiology"를 출간하면서 다시금 생물학적 범죄원인론은 잠시 활력을 띄게 되나, 이와 같은 이론은 실증적으로 검증함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에 범죄학 분야에서 독립된 이론을 형성하지 못하였다.
 생물학적 연구맥락을 이어가는 현대의 범죄학 이론은 생리심리학적 연구들의 방법론적 발전과 그 맥을 같이 한다. 범죄행동의 유전적 영향을 밝히기 위한 이상염색체에 관한 범죄와 XYY염색체 간의 연관성 연구, EEG(Electro Encephalo)를 활용한 신경생리학적(Neurophysiological)연구, 인체 내의 비타민 결핍 등 생화학적 요인에 대한 연구 등이 해당되었다. 추가로 뇌를 연구하는 신경심리학적 연구방법은 최근 정신병질, 즉 사이코패스(Psychopaths)들의 뇌기능 특이성에 대한 연구들과 함께 현대 범죄학의 첨단 연구영역을 형성하기에 이른다. 범죄자들의 뇌기능 변이에 관한 생리심리학적 신경심리학적 연구들은 공격성과 정신병질을 다루는 장에서 보다 자세히 다룰 것이기 때문에 여기서는 일단 이 분야의 연구결과로 확인된 사실들을 간단하게 정리하고자 한다.
 (1) 공격적/폭력적인 범죄자들의 EEG는 그렇지 않은 범죄자들과 비범죄자들의 EEG보다 더 비정상적인 뇌기능 변이를 보였다.
 (2) PET(Positro Emission Tomography)는 뇌혈관의 혈류를 측정하는데, 일부 범죄자들의 혈액 속 생화학적 활동수준이 더 저조하다는 사실이 발견되었다.
 (3) 의식을 잃어버릴 만큼의 큰 두뇌손상은 범죄자 집단에게서 상대적으로 더 자주 보고되었다.
 (4) 폭력적인 범죄자들의 경우 그렇지 않은 자들에 비해 임신기와 출생 당시, 그리고 유아기 초기 동안 뇌손상 가능성이 더 많다고 보고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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