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또한 매우 자기중심적이기도 하다. Widom(1976a, 1976b)은 정신병질자와 정상인들의 대인 인지구조와 개인 인지구조 체제를 비교했는데, 정신병질자들은 동일한 상황에 대하여 다른 사람들이 자신과는 다르게 해석을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상상하지 못하며 자신의 고정된 인지구조를 수정하려고 노력하지도 않는다고 한다. 또 다른 연구들에서도 정신병질자들은 대인관계에서 위협적인 상황에 대해 인지적으로 왜곡해서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으며(Blackburn, & Lee-Evans, 1985), 정상인에 비해 불안상황을 실제보다 더 많이 분노유발상황으로 지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Sterling, & Edelmann, 1988).
이 같은 대인관계 상의 결함은 사실상 이들의 정서적인 둔감성과 밀접한 관련성을 지닌다. Cleckly(1976)는 사이코패스들의 정서적인 결함을 'semantic aphasia(의미 실어증)'라고 불렀다. 예컨대 글자대로는 말을 알기는 하지만 그 말의 사실상 깊은 의미는 전혀 파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유사하게 Grant(1977) 역시 정신병질자는 단어의 교과서적인 의미만을 알뿐, 그것이 함축하고 있는 진정한 의미는 알지 못한다고 지적하였으며, Jone과 Auay(1962)는 사이코패스의 이 같은 인지 행동적 특성에 대하여 '가사(words)는 알고 있으나, 음악(music)은 이해하지 못한다'고 표현한 바 있다. 이 같은 지적들은 모두 일관되게 사이코패스들이 감정적으로 매우 냉담하고 이해심이 없는 자들임을 추정하게 한다.
여러 가지 실험과제 등을 통한 연구들(Blair, Newman, Mitchell, Richell, Leonard, Morton & Blair, 2006; Lorenz & Newman, 2002; Williamson, Harpur, & Hare, 1991)은 사이코패스들이 정서관련 처리과정에서 다양한 기능저하를 보임을 확인시켜준다. 일반인들의 경우 일반적으로 정서정보를 더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하는 것에 비하여 사이코패스들에게는 정서정보에 대한 처리과정의 효율성이 나타나지 않았다. 자극특성이 일치할 때 발생하는 반응시간 상의 점화효과에 있어서 사이코패스들은 의미론적 점화과제에서는 정상인들만큼의 점화효과를 보였지만 정서적 점화에 있어서는 정상인들보다 훨씬 더 저조한 수행을 보였다. 그뿐 아니라 단어판단 과제에서도 사이코패스들은 아주 구체적인 단어는 단어임을 잘 알아맞혔지만 추상적인 단어들에 대하여서는 올바른 단어임을 잘 맞추지 못하였다. 이는 자극에 대한 처리과정에 있어서도 이들이 매우 피상적으로만 정보를 처리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특정 정서가에 대한 처리과정에 이상이 있음을 지적하는 연구들도 있는데, 최근 Fullam과 Dolan(2006)은 정신병지적 특성이 높은 자들은 유독 슬픔과 관련된 정보의 재인에 어려움을 겪음을 보고하였다. 이 점은 국내 수감자들을 대상으로 하였던 Lee, Miller와 Moon(2004)의 연구결과와도 일치하는 것으로서, Blair(2001)는 사이코패스들이 유독 슬픔과 관련된 정보를 처리하지 못하는 특성이 있으며 이는 폭력성 제지 메카니즘(Violence Inhibiton Mechanism; VIM)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였다. 이 이론에서는 타인의 슬픈 표정은 보는 이에게 굴종의 의미를 전달하게 되고 따라서 그 사람에 대한 공격성이 억제된다고 결론짓는다. 하지만 사이코패스는 VIM에 이상이 생겨 슬픔에 대한 정보가를 잘못 인식하고 따라서 자신의 폭력행위에 대한 제지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다. 바로 이 점 때문에 피해자에 대한 잔혹하고도 반복적인 범죄가 가능한 것이다. Kosson 등(Kosson, Suchy, Mayer, & Libby, 2002)과 Blair와 Coles(2000), 그리고 Stevens 등(Stevens, Charman, & Blair, 2001; Levenston, Patrick, Bradley, & Lang, 2002)도 정신병질적 피험자들이 특정 정보가를 지닌 자극(슬픔, 공포, 역겨움 등)의 처리에만 유독 더 많은 손상을 보임을 확인한 바 있으며 이 같은 현상은 얼굴표정에 대한 인식뿐만 아니라 정서단어(Intrator, Hare, Stritzke, Brichtswein, Dorfman, Harpur, Bernstein, Handelsman, Schafer, Keilp, Rosen, Machac, 1997), 정서적인 목소리(Blair, 2001)등에 모두 일관된 결과로서 나타났다.
특정한 정서표정(일반적으로는 부정적 표정)의 처리에만 기능저하를 보인다는 사실은 많은 연구자들에게 혹 사이코패스의 정서처리 기능상의 손상이 그들의 신경학적 둔감성에 기인한 것은 아닌지, 그리고 만을 그렇다면 정서를 처리하는 뇌기능상의 손상을 동반한 것은 아닌지 의문을 갖게 한다. 이 같은 의문점은 최근에 출판되고 있는 많은 연구들에서 활발하게 탐색되고 검증되고 있다. Blair(2004)는 표정자극을 이용하여 사이코패스들의 편도체의 정서자극에 대한 활성화 수준이 매우 저하되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였고 Raine(1992, 1998, 2001, 2002a, 2002b)은 정신병질적 살인범들의 변연계 기능과 전전두엽 기능의 광범위한 손상도 보고하였다. 특히 전전두엽기능의 손상은 사이코패스들의 분노통제에 상당한 장애를 예측하게 하며 이는 정신병질적 살인범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성이라는 사실을 실제 범인들을 대상으로 하여서도 확인한 바 있다(Raine, 1998). Kiehl 등(Kiehl, 2004; Kiehl, Hare, Mcdonald, & Brink, 1999)도 역시 정신병질자들의 변연계에서의 기능에 이상소견이 있음을 일관되게 보여주고 있다. 특히 정신병질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정서적인 단어의 신경학적 처리과정에 있어서 사건관련전위인 ERP의 N400 파장이 매우 특이하다는 사실을 보고하였다. 일반인들보다 뒤늦게 나타나는 사이코패스들의 사건관련 late negativity는 우측 측두엽 부위에서 상대적으로 더 현저하였다. 이런 결과들은 정서자극의 즉각적인 처리과정을 담당하는 변연계의 기능저하를 의심하게 한다고 연구자들은 합의하고 있다.
뇌의 이상 징후라고 할 때 형사사법 종사자들은 흔히 형사책임과 관련지어 혹시라도 감경사유가 되지 않을지를 걱정한다. 하지만 사이코패스들의 뇌기능 이상징후는 극히 국한된 범위 내에서 특정한 자극에 대하여서만 출현하는 것으로서, 범죄를 저지른 당시의 상태 전반에 관하여 '정신장애(insanity)'라고 판단내리기는 매우 어렵다. 더구나 법정에서의 '정신장애'라는 개념이 심리학이나 정신의학적인 개념과 다르다는 점을 상기할 때, 환청이나 망상 등 현실감각에 심각한 손상이 동반되지 않는 일종의 성격장애 정도를 '자신의 행위에 대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없는' 정신장애로 보기는 힘들다. 사이코패스들은 비록 뇌기능이 일부 저하되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자신의 행위결과를 정확하게 이해하며 범죄행위를 계획하고 통제할 수 있다. 법적으로 금지된 행위가 무엇인지 앎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의식적으로 선택할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떤 경우에라도 그를 면책시킬 이유는 없는 것이다(Gerard,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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